그녀들은 이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의 교실]
인생에서 가장 설레고 꿈과 희망에 들떠 있던 시기는 언제일까? 누구나 다르겠지만 아마도 고등학교 졸업시기가 그런 때가 아니었나 싶다.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 있는 그 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서태지, 교실이데아)
이같은 12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사회에 나올 땐 뭔가 학교와 다른 자유로움과 다양한 많은 사람들, 가능성 등을 꿈꾸곤 한다.
[나의 교실](11월3일 오후 1시, 인디플러스)은 서울에 있는 특성화 고등학교의 졸업반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들은 새로운 시작에 들뜰 틈이 없다. 취직을 하는게 우선이다. 그런데 어린 그 친구들의 그 모습들이 너무 당연하고 덤덤해서 보는 이들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특히 이 친구들이 항상 밝고 유쾌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각종 자격증과 상장이 담긴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고 카메라를 보면서 서로 면접 연습도 하지만 가게 될 직장에 대해 새로운 세상에 대해 기대하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왜 면접 보면서 키를 물어보고 난리야” 면접을 보고 온 키작은 소녀는 투덜대지만, 소녀는 크게 저항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또다른 소녀는 면접에서 자꾸 떨어지는 이유가 눈이 너무 날카로워 보여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차근차근 수술계획을 잡는다.
취직한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날, 담임선생님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선생님한테 우선 말하라”고 하지만, “그래도 우선 참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한 소녀는 취직을 하면 돈을 모아서 대학에 가는게 ‘꿈’이다.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 계약직으로 취직한 한 소녀는 정규직 공채로 다시 이 회사에 들어오고 싶은 ‘꿈’을 꾼다. 하지만 이들은 고졸이라 당연하다는 듯이 ‘계약직’으로 취직됐고 야근까지 해가며 받는 월급은 150만원 미만이다. 계약직은 성과급도 없고 명절선물도 없다. 그 소녀의 말처럼 “우린 안줄거면 우리 안보이는 데서 정규직한테만 따로 나눠주던가”. 진짜 너무한거 아녀요? 그래 진짜 너무해.
소녀는 말한다. “정규직 신입들이 한달간 교육을 받을 때 너무 부러웠어요. 우리는 던져지듯이 이 사무실에 와서 인사도 없이 일을 시작했다”고. 그래서 소녀들은 사회가 “너무 무섭다”고 한다.
이 다큐는 우리 사회 ‘노동’의 문제가 어디서부터 잘못됐을지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영화다. 여성노동자의 외모가 중요시되고, 학력에 따른 한계가 당연하다는 듯이 치부되고, 비정규직 차별이 용납되는 사회. 이 사회가 변화되지 않으면 이 소녀들이 [살롱 드 보아](11월1일 오후 7시, 인디플러스)에 나오는 주현씨처럼 직장내 성희롱에 직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당장 우리가 이 다큐를 본다고 해서 해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소녀’들이 처해 있는 부당함에 같이 분노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가능성은 있지 않겠는가.
[나의 교실]에 나오는 모든 친구들은 이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직 지치지 않았기를. 부당함에 저항하고 다시 꿈꾸는 힘을 길러가고 있기를. 그녀들의 건투를 빈다.
'여성노동문화활동 > 2013 : 여성노동문화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을'들의 당나귀 귀.. (0) | 2013.10.14 |
---|---|
당나귀귀 (0) | 2013.10.07 |
전래동화 (1) | 2013.10.07 |
'을'들의 당나귀 귀 브로셔 (0) | 2013.10.07 |
'을'들의 당나귀 귀_포스터 (0) | 2013.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