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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문화활동/2013 : 여성노동문화제

당신이 소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신상 구두]

당신이 소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언젠가 깔끔하게 포장되어 진열된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화과자에 표기된 아주 조그만 원산지 표시를 확인한 일이 있었다. 미국산 밀과 필리핀산 코코넛, 중국산 팥앙금, 터키산 무화과, 브라질산 커피분말, 베트남산 호박. 그야말로 화과자 하나에는 전 지구가 담겨 있었다. 놀랄 것도 없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가 사용하는 대다수의 상품들은 인건비가 상상을 초월할만큼 싸고 손재주 좋고 부지런하며 내전의 위협이 없는 지구의 어느 곳에서 만들어지고 바다를 건너, 대륙을 넘어 우리 손에 들어온다.

 

 

우리가 좋아하는 블링블링한 구두들도 마찬가지이다.
호 차오 티 감독은 화려하게 치장하고 우리의 지갑을 열어 노동의 댓가를 먹어치우는 구두들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추적해 나간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추격전은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끝이 난다. 그 과정에 숨겨진 것들은 당연한 듯 존재하는 노동의 착취와 자본의 엄청난 이윤 독식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빛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단순한 시작과 결말을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감독은 이 과정에서 개입되어 있는 모든 이들의 욕망에 주목한다. 소비자, 소매자, 공장장, 노동자, 그리고 하루도 채 살지 못하고 죽어간 송아지의 목마름까지. 그 모두는 자신을 대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 자신을 소개하며 나의 욕망과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감독은 질문한다. 당신이 소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서구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Clean Cloth Campaign이란 운동이 전개되어 왔다.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지불한 옷을 입자는 운동이다. 지구와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고 정당한 댓가를 지불한 옷인지 아닌지를 소비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기준을 마트나 커피전문점, 신발, 컴퓨터 등을 구매할 때 적용할 수도 있다. 

눈만 뜨면 무언가를 소비하는 시대, 당신의 소비 기준은 무엇인가? '나의 신상 구두'(11월 1일 오후 9시30분)를 보며 그 기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