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당신의 어머니께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어.”라고 말씀하신다면..
- 송여사님의 작업 일지 -
어느 날 당신의 어머니께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어.”라고 말씀하신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나비감독의 어머니 송여사님은 가스검침원이다. 고용형태는 용역이고 대부분이 중장년 여성들인 가스검침원들에게 어느날 회사는 고용관계의 종료를 통보한다. 그리고 많게는 10년까지 일한 이들 가스검침원들에게 퇴직금이 없다고 말한다. 엄마는 이 말이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동료들을 조직한다.
영화는 소송에 들어간 시점에서 끝이 난다. 그리고 현실은 계속되어 1심에서 승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회사가 항고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아마 나비 감독이 오면 감독과의 대화에서 이후의 소식을 들려주겠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꼭 와서 함께 영화를 감상하시라.
이 영화의 깨알같은 재미는 가스검침원들이 어떻게 검침하는지이다. 나비감독은 매우 유쾌하게 이 장면을 그려낸다. 상상도 못한 여러 가지 도구와 기발한 방법으로 저 높은 곳, 혹은 저 깊은 곳의 가스계량기를 찾아내어 살피는 송여사님은 전직 CIA요원 브루스 윌리스를 방불케한다. 또 다른 재미는 나비감독과 송여사님과의 티격태격하면서도 알콩달콩한 모녀관계이다. 적당한 잔소리와 적당한 격려, 그리고 모녀의 의기투합이 멋드러진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 가스검침을 왔다가 그냥 돌아갔다며 연락을 요청하는 쪽지에 즉각 답변하는 습관이 붙었다. 그리고 이토록 힘든 일을 하는 중장년 여성들의 노동의 댓가가 왜 이렇게 낮아야 하는지, 왜 이렇게 가치없는 노동으로 취급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송여사님의 작업일지 : 11월 2일 (토) 오후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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