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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문화활동/2013 : 여성노동문화제

[당나귀귀] 토크콘서트 현장 이야기..

 10월 31일 여성노동문화제 두번째 밤                     [당나귀귀]

시월의 마지막 밤이자 여성노동문화제 두 번째 밤, 부드러운 듯 가슴에 사무치는 목소리의 ‘소히’의 공연과 함께 ‘당나귀 귀’의 포문이 열렸다.

여성문화제 두 번째 행사인 을들의 ‘당나귀 귀’는 답답함에서 해방되기 위하여 대나무숲에서 당나귀 귀를 외치듯, 우리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하여 속속들이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토크쇼는 장미칼, 모험소녀, 민들레 등의 별칭을 달고 20대부터 50대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여성 이야기꾼들과 최광기 사회자, 패널로서 국미애 여성학자와 노회찬 전 국회의원과 함께 진행하였다.

각 세대의 차이가 무색하게도, 각 세대를 대표하는 이야기꾼들의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것은 불합리한 노동의 구조 안에서 노동자이자 비정규직이며 그 중에서도 여성이라는 삼중 ‘을’의 존재로서 피할 수 없는 착취의 경험이었다.

장시간 노동과 족쇄가 되는 고용구조, 최저임금, 직장 내 성폭력 등 여러 가지 화두를 가지고 그에 대한 경험을 토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는 진행이 되었다. 더불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패널들은 노동문제에 대하여 예방이 없고 사후 구제적인 조치만이 있는 것이 현실이며 예방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하였고, 갑을의 구조 안에서 갑 또한 상층의 구조에서 또 다른 갑에 의해 착취당하는 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여성들에게 각자 ‘일’이 어떤 의미인지 한 단어로 답하는 부분에서 이 시대의 ‘일’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일’은 생존의 문제이자 해야만 하는 성토의 대상이면서도, 개인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삶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이야기꾼들과 패널들은 이러한 모순적인 긴장이 조화롭게 이루어지지 않고 일이라는 것이 고통 그 자체가 되어버린 지금의 현실에 동감하며, 이 현실을 바꿔나가기 위해 모든 을들이 을로써 자각하고 함께 모여 구조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을들의 반란, ‘당나귀 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을들인 우리들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며, 록밴드 허클베리핀의 어쿠스틱 무대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글. 고건영 (이대 영화패 '누에' / '을'들의 당나귀귀 자원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