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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문화활동/2013 : 여성노동문화제

전래동화 이야기

전래동화
2013.10.30 클럽제스

 

전래동화 공연이 올려질 클럽제스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약속된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전래동화가 시작됨을 알렸다. 이어 한국여성노동자회 정문자 대표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을 중의 가장 열악한 여성노동자들 이야기, 이 땅에 존재하지만 들을 수 없었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들리기를 희망한다.”며 여성노동문화제 취지를 밝혔다.

이어 클럽 안은 어두워졌고 “산업화의 물결에 따라 우리가족도 서울로 상경했다. 시골에서는 무밥, 고구마 밥 등으로 끼니를 해결했지만 서울 판자집 생활은 그 흔했던 고구마도 그림의 떡이었다. 마음껏 먹던 물도 서울에서는 공동수도에서 사먹어야 했다. 돈이 필요했고 13살 나는 공순이가 되었다”라고 이야기하는 청계피복 노조의 신순애 선배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우리는 70년대 여공들이 일하고 있던 공장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연극은 1970년대 청계피복, YH무역, 동일방직의 여성노동자들과 노동조합 이야기이다. 70년대 ‘여공’이라 불렸던 여성노동자들은 허리도 펼 수 없는 공간에서 하루 15-16시간을 일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었고 먹지도 쉬지도 못하고 일만 했다. 그렇게 일하고 받는 월급은 700원. 그래도 그녀들은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참고 또 참고 일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과로와 영양실조로 쓰러져가도 청계천 인근 공장들의 노동환경은 바뀌지 않았다. 이렇게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그녀들이 참고 일을 했던 이유는 가족의 생활비와 형제들의 학비 때문이었다.

‘여공’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열악한 노동환경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동조합이 되면서 근로기준법이 지켜지고, 일요일 마다 놀고, 8시간 일하고 나머지는 근무외수당 받을 수 있었다. 퇴직금도 생기고, 상여금도 투쟁으로 받을 수 있었다. 노동조합이야 말로 노동자에겐 생명과 같은 거구나. 정말 절실하게 느꼈다.” YH노조 지부장 이였던 최순영 선배님의 이야기 이다. 1979년 8월 9일 YH노조 조합원들은 마지막 투쟁에 나선다. 회사측의 위장폐업에 대항하여 폐업철회와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신민당사를 점거하고 회사정상화투쟁을 벌였다. 그때 외쳤던 구호가 ‘배고파서 못살겠다, 먹을 것을 달라’였다. 농성 3일째 경찰의 살인적 진압으로 23분만에 농성자들은 강제 해산 되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21살이었던 김경숙 조합원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은 유신체제의 종말을 가져오는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동일방직에서는 ‘똥물사건’이 발생했다. 동일방직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지부장을 탄생시켰다. 어용집행부를 잃은 회사는 극단적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회사측의 사주를 받은 남성노동자들이 투표하는 날 여성노동자들에게 똥물을 퍼붓고 먹이기까지 한 것이다. 이후에도 억압과 폭력적 탄압은 계속 되었고, 주동자급의 여성노동자들을 해고 하였다. 그 뿐 아니라 전국섬유노조협회에서는 해고당한 여성노동자들의 인적사항이 자세히 적힌 블랙리스트를 각 회사에 배포하여 재취업의 기회마저 막아버렸다.

배우들의 연기와 선배님들의 내레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객석에선 눈가를 훔치는 관객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똥물을 뒤집어쓰고 쓰러져 울고 있던 조합원을 이총각 선배님이 꼭 안아주었던 장면에선 연기자도, 그 일을 실제 당했던 이총각 선배님도 그리고 객석에서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우리는 여성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기반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산업역군이라는 미명하에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70년대 여성노동자들은 단합을 통해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노동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세분의 선배님들은 하나같이 이야기 하신다. 노동운동을 만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참다운 삶을 알게 되었다고, 이 길이 최선이었다고, 자유와 평화는 결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온몸으로 배웠다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고, 이런 길을 걷고 사는 것을 한번도 후회해 본적 없다고, 되돌아가도 다시 이런 삶을 살 것이라고.

현재 우리도 다르지 않다. 노동자들은 개별화 되어가고 있고, 노동의 형태는 복잡한 미로 같다. 노동자에 대한 착취는 더욱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고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은 심화되고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 선배님들이 엄혹한 시대를 단합과 끝없는 투쟁으로 희망을 만들어 냈듯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여 함께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은 신순애 선배님의 말씀으로 첫날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들려달라고 부탁드렸다. “우리는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고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어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자신만 알아요.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너무 팽배해요. 나의 일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닌 것처럼 우리는 서로 함께 해야 합니다”